1974년 카투사로 입대한 김민기는 미군방송(AFKN)에서 비교적 편안한 군 생활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보안부대에 끌려가 중정요원으로부터 "노래를 만들라"는 지시를 받는다.
유신 반대 시위에서 그의 노래를 부르니 아예 그를 정권편에 포섭하려 했던 듯싶다.
그런데 그가 만든 노래는 <식구생각>이었다. 정권이 의도한 노래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분홍빛 새털구름 하하 고운데
학교 나간 울 오빠 송아지 타고 저기 오네
읍내 나가신 아빠는 왜 안 오실까
엄마는 문만 빼꼼 열고 밥 지을라 내다보실라
미류나무 따라서 곧게 난 신작로 길
시커먼 자동차가 흙먼지 날리고 달려가네
군인가신 오빠는 몸 성하신지
아빠는 씻다말고 먼 산만 바라보시네
이웃집 분이네는 무슨 잔치 벌였나
서울서 학교 댕긴다던 큰언니 오면 단가 뭐
돈벌러간 울 언니는 무얼 하는지
엄마는 괜히 눈물 바람 아빠는 괜히 헛기침만
겨울 가고 봄 오면 학교도 다시 간다는 데
송아지는 왜 판담 그까짓 학교 대순가 뭐
들판엔 꼬마애들 놀고 있는데
나도 나가서 뛰어놀까 구구단이나 외울까 말까
결국 그는 영창에 보내졌고 강원도 인제군 원통면 12사단으로 재배치되었다.
정권에 밉보여 군 생활이 꼬였다.
하지만 우리는 또 하나의 명곡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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