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선친께서는 책 두 권을 사주셨다.
한권은 톨스토이의 '인생독본'이고 다른 한권은 존 번연의 '천로역정'이었다.
'인생독본'은 성경책만큼 두껍고 통독하는 책이 아니라서 가끔씩 꺼내 읽었다.
무작위로 그날 그날 눈길이 가는 대목을 읽고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굴리며 곱씹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은 정말 읽기 힘들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따분했다.
결국 이 책은 다 읽지 못했다.
2. '천로역정'을 다시 만난건 2016년 Neal Morse Band의 'The Similitude of a Dream'에서다.
Neal Morse는 '천로역정'을 컨셉으로 가사를 쓰고 뼈대를 세운 후 멤버들과 곡을 붙여 앨범을 완성했다.
다음 앨범인 'The Great Adventure'(2019)도 그 연장선에 있다.
'천로역정'을 컨셉으로 2장의 앨범이 탄생한 셈이다.
한편, 'The Similitude of a Dream'은 여러 잡지에서 그 해 최고의 Prog 앨범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3. pilgrim은 '순례자'를 뜻한다.
The Pilgrim's Progress를 직역하면 '순례자의 전진' 정도가 될 듯싶다.
이를 '천로역정'(天路歷程), 꽤 멋진 제목으로 옮기지 않았나 싶다.
4. 그렇다면 누가 '천로역정'이라 옮겼을까?
위키피디아에서 검색하니 1853년 스코틀랜드 선교사인 윌리엄 번스가 중국어로 번역했다.
당시 최초로 중국에 소개된 영국 소설로 알려졌다.
이 책 1876-1877년 '칠일잡보'(七一雑報)에 일본어로 번역해 연재하면서 일본에 알려졌다.
조선에서는 1895년 캐나다 선교사인 제임스 게일이 영문을 번역해 소개했다.
최초로 한글로 번역한 영문 소설이다.
5. 오늘은 'Morsefest! 2017' 라이브 버젼으로 '천로역정'의 시작인 <Long Day/Overture>를 듣는다.
It's been a long day/But I feel I must 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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