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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Doctor's Music Box/Music Essay

가진 것은 남아도는 시간들 뿐

by Mr.Doctor 2024. 11. 2.

 

신해철 - 매미의 꿈 Part 4

신해철은 1997년 12월 넥스트 활동을 마감하고 영국으로 떠난다.
그리고 1998년 2장짜리 전자사운드로 채워진 'Crom's Techno Works' 앨범을 공개한다.
Crom은 영국의 올리버 크롬웰에서 따왔다.
크롬웰은 철권통치를 휘두른 독재자로 평가되기도 하고 청교도 혁명을 이끈 구국의 영웅으로 떠받들기도 한다.
이 앨범에는 <일상으로의 초대>와 <매미의 꿈>이 담겨 있다.
<일상으로의 초대>는 많이 알려졌으나 <매미의 꿈>은 실험성이 강해 덜 조명받았다.

일반적으로 매미는 굼벵이로 수년을 땅 속에 있다 약 20일에서 한달동안 살다 생을 마감한다.
종에 따라서 굼벵이로 땅 속에서 2년 머무는 놈도 있고 미국 사이클릭 매미는 13-17년을 보낸다 한다.

여기서 신해철이 이야기하는 매미는 여름에 세상에 나온 놈이 아니라 겨울에 나온 녀석이다.
여름이 아닌 겨울에 나왔다는 것은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이를 상징한다.
겨울에 세상에 나왔으니 살기 힘들다.
친구도, 짝짓기할 대상도 없다.
그래서 가사에서 적었듯 "가진 것은 남아도는 시간들 뿐"이다.
참 쓸쓸한 생애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 Part 5 부제인 '당신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가벼운 성의'도 이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소외된 청춘에게 보내는 위로다.

오늘은 다섯개 Part로 구성된 <매미의 꿈> 가운데 Part 4를 듣는다. 

단 한 번만이라도 날개를 펴고 
남들 다 보란 듯이 날고 싶지만 
내가 못난건지 세상이 이상한지 
겨울에 깨어나버린 매미 같아 
마음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지 
세상 돌아가는 꼴은 마음에 안들지 
하지만 달리 내겐 할 일도 없다 
가진 것은 남아도는 시간들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