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을 다시 주목하게 된 계기는 넥스트 데뷰앨범 덕분이었다.
<그대에게>로 대학가요제 대상을 거머쥐며 큰 관심을 모았으나 솔로로 독립하고 말랑말랑한 노래를 내놓아 많은 대학가요제 출신 가수들이 걸었던 길을 갈줄 알았다.
그런데 솔로 활동을 끝내고 다시 밴드인 N.EX.T로 돌아오고서야 연예인이 아니라 뮤지션이자 아티스트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거듭나지 않았나 싶다.
방송에선 <도시인>이 자주 나왔다.
한 손엔 휴대전화 허리엔 삐삐차고/집이란 잠자는 곳 직장이란 전쟁터
아무 말없이 어디로 가는가/함께 있지만 외로운 사람들
X세대 담론과 함께 가사 역시 꽤 많이 인용됐다.
한편, 이 앨범에서 인상적인 곡은 <영원히>였다.
곡의 구성면에서는 <그대에게>를 떠올리게 했다.
키보드가 주도하는 사운드도 그렇고 마지막에 반음 올리는 대목도 닮았다.
"Dreams Forever"로 포인트를 준 대목은 Asia 스타일이었다.
무엇보다 가지고 싶던 '빨간 기타'를 가졌을 때 설레임은 충분히 공감이 갔다.
누구나 그랬을 법한 일이지만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대목이기도 했다.
빨간 기타 들고 어릴적 꿈을 좇겠다는 다짐이 흰소리가 아니었음은 넥스트 두번째 앨범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기타를 사던 날은
하루종일 쇼윈도 앞에서 구경하던
빨간 기타 손에 들고 잠 못 잤지
그리고 어린왕자에서 잘 알려진 여우와 대화를 "세상에 길들여짐"으로 압축했다.
그런 의미를 담아 자켓에 여우 한 마리를 그리지 않았나 싶다.
여기서 "길들여지다"는 신해철의 음악세계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후에 <The Destruction of the Shell>에서 "세상은 날 길들이려 하네"로 나와 세상은 대립적인 관계로 여겼으나 <세계의 문>에서 "이제 타협과 길들여짐에 대한 약속을 통행세로 내고 나는 세계의 문을 지나왔다"는 문구로 '길들여짐'을 구체화해 표현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세상에 길들여짐이지
남들과 닮아 가는 동안
꿈은 우리 곁을 떠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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