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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Doctor's Music Box/Music Essay

스페인 무적함대 유로 2024 우승을 축하하며

by Mr.Doctor 2024. 7. 16.

Tarantula - Recuerdos

1975년 11월 20일 철권 통치자 프랑코가 죽자 스페인에도 봄이 찾아 온다.
1974년 Los Canarios가 'Ciclos'를 발매하며 Spanish Progressive Rock의 서막을 알렸다면 1975년에 들어 발렌시아 출신 Tarantula를 비롯해 Triana, Granada, Bloque 같은 Spanish Prog Band가 잇달아 등장한다.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 유럽 각국에서 Progressive Rock이 꽃을 피운 시기보다 다소 늦은 개화였다.

스페인어로 'Recuerdos'는 영어에 'Remembrances'에 해당한다.
우리 말로 옮기면 '기억' 또는 '추억'을 뜻한다.
Tarantula의 <Recuerdos>는 그들의 최고작이자 대표곡으로 꼽힌다.
Rafael Cabrera의 환상적인 테너 보컬과 Vicente Guillot의 무그부터 해몬드 올갠, 하프시코드, 멜로트론까지 아우르는 건반 연주 역시 경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다소 늦은 개화였지만 Spanish Prog 사운드는 영국과 이탈리아, 독일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화려하면서도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클래식 규범을 무시하냐면 그렇지 않다.
전통과 실험이 공존하며 적절한 경계를 찾는다.
그러나 개화하자마자 1970년대 후반 세계를 강타한 디스코 광풍에 쓰러져 버렸다.
이들의 실험과 도전이 더 이어졌다면 굵은 발자취를 남기지 않았을까 싶지만 세상은 이런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음악에 흥미를 잃었다.
한마디로 피자마자 진 셈이다.

스페인 무적함대 유로 2024 우승에 이들이 생각나 몇 자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