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r.Doctor's Music Box/Music Essay

블랙으로 서서히 사라지다

by Mr.Doctor 2024. 9. 3.

Metallica - Fade To Black (Metal Hammer Festival 1985. 9. 14.)

영화에서 서서히 사라지며 장면이 전환되는 지문을 fade out이라 한다.
fade to black은 '블랙으로 서서히 사라진다'쯤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여기서 black의 의미는 뭘까?
우선 죽음을 떠올리기 쉽다.
상 당했을 때 검은 옷을 입거나 검은 조기를 내거는 건 동양이나 서양이나 큰 차이 없다.
인간 사회에서 검은색이 가지는 보편적인 의미이자 상징이다.
그래서 <Fade To Black>하면 염세적인 곡으로 여긴다.  

아무래도 가사 가운데,

Life, it seems, will fade away
I have lost the will to live
No one but me can save myself, but it's too late
Death greets me warm, now I will just say goodbye


이런 구절 때문에 자살이나 죽음을 노래한 곡으로 이해하기 쉽다.

또, James Hetfield는 곡을 만들 때 마샬 앰프를 도난 당하고 매니저집에서도 쫓겨나 의기소침해져 자살을 떠올렸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상실감이나 자살과 같은 내면의 갈등이나 감정이 표현되고 투영되었지만 꼭 물리적 자살이나 죽음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
여기서 조금 시각을 달리하면 자살이나 죽음을 넘어 존재에 대한 질문과 고찰로도 이해할 수 있다.
철학적으로 표현하면 존재의 의미와 소멸로 확장할 수 있다.

아래 가사를 보자.

Emptiness is filling me
To the point of agony
Growing darkness taking dawn
I was me, but now he's gone

 

이 대목은 자살이나 죽음과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과 성찰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여기서 he's gone에서 he는 이전의 나 자신 또는 내적 자아로 지금의 나와는 다른 존재다.
그래서 이어지는 가사에서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은 나만이 살릴 수 있지만 지금은 너무 늦었다(No one but me can save myself, but it's too late)는 대목은 이전의 나에 대한 후회나 회한, 상실감을 강조했다.
내적 성찰이나 고뇌인 셈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Dave Mustaine 시절 이 곡의 데모를 만들었다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가사는 James Hetfield가 썼다.
Dave Mustaine 성격에 자신이 쓴걸 남이 썼다하면 분명 문제 제기했을 법한데 아무 소리 없는걸 보면 James Hetfield 작사가 맞는 것같다.

누구는 스무살 무렵의 허세와 허영이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스무살 언저리에 이런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만들었다는 게 놀랍다.
그리고 가끔 꿈보다 해몽이 필요할 때도 있다.
 
오늘은 1985년 9월 14일 독일 Metal Hammer Festival 실황으로 듣는다.
Cliff Burton이 살아 있을 때다.

'Mr.Doctor's Music Box > Music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Summer's Over  (3) 2024.09.05
그래 Sally가 기다리고 있잖아  (0) 2024.09.04
작고 귀한 기쁨  (0) 2024.09.02
Impressioni di Settembre  (0) 2024.09.01
Captain Nemo  (0) 2024.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