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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Doctor's Music Box/Music Essay

혼혈아

by Mr.Doctor 2024. 2. 26.

 

김민기 - 혼혈아

김민기의 1971년 데뷰작 B면 4번째 곡인 <종이연>. 원제는 <혼혈아>다. 공윤의 심의때문에 곡명이 바뀐 사례다.
무엇보다 <혼혈아>를 듣노라면 가슴이 아리다. 

 

한 아이가 있었다. 혼혈아로 피부색이 달라 친구가 없다.
어느날 어머니가 안오신다. 편지 한장이 있어 옆집 아저씨께 가져가니 읽고서 한숨만 쉬신다.
"네 어머니 헬로 아저씨 따라 갔단다."
아. 그럼 뭘할까?
종이연이나 날리자.
구름 위까지. 하늘 끝까지.


그 시절 주한미군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혼혈아로 부르지도 않았다. '튀기'라 불렀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리고 민족의 순수혈통을 더럽힌 잡종 취급을 했다.
 
"내 아버지는 갬블러, 도박꾼이었고 어머니는 재단사였다"는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은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처럼 느껴지나 이 노래는 우리 사회 어딘가에 있었을 아이의 이야기라 더 사실적이다.
때를 벗기듯 피부를 긁으면 나도 다른 사람과 같은 색의 피부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을 법한 아이다.
그런데 그런 아이에게 이제는 어머니마저 떠났다. 천애고아인 셈이다.
김민기의 수많은 노래들 가운데 가장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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