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헤비메탈과 프로그레시브가 음악의 전부라 이야기 할 때에 뒤로는 김정호를 들었다. 뭐랄까 김정호를 듣는다고 말하면 '썬데이 서울'을 즐겨 본다고 말하는 것같아 쑥쓰럽고 창피했다.
김정호가 죽기전 마지막으로 남긴 'Life'(1983ㄴ). 이 앨범엔 <고독한 여자의 미소는 슬퍼>, <님>, <세월 그것은 바람>이 담겨 있다. 1985년 그가 죽자 라디오에서는 <님>이 자주 나왔다. 누구는 "너무 신파"라고 핀잔을 줄지 모르겠다. 물론 그런 측면이 있다. 부정하지 않는다. 인정한다. 그럼에도 김정호의 절창에는 변함이 없다.
개인적으로 김정호의 <님>을 들을 때면 두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유치환의 '깃발'이고 다른 하나는 기타 솔로의 주인공이다. 누구의 기타 연주인지 궁금하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님>은 '깃발'의 마지막 구절처럼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숨기거나 억누르지 않는다. 구구절절 펼쳐 놓는다. 그래서 신파라는 소리가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천박하거나 조악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슴에 맺힌 슬픔을 토해냈을 때 전해지는 카타르시스에 가깝다.
무엇보다 이 곡에서 일렉 기타 솔로가 없으면 김정호의 절창도 빛 바랬을 듯싶다. 명창 옆에서 북을 치는 고수처럼 노래를 풀었다 조였다 하며 사이사이 추임새도 넣는다.
누굴까? 누가 친 기타 연주인지 정말 궁금하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기타 소리를
김정호 옆에서 새길 줄을 안 그는
한편, 2003년 11월 김정호 Tribute 공연에서 김소희의 창으로 듣는 <님>은 색다른 맛이 있다. 키보드가 BGM처럼 깔리는데 그보다는 아쟁이 곁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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