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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and3

2002년 5월 16일 (목) 1. Turn It Over(The Green Album)Eddie Jobson 2. 시가 있는 음악세계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하고 마당 벗어난 이들을 배웅하기 위해 마을 어귀까지 나와 한 없이 서 계시던 어머니 뒤 한 번 돌아보아 드려라 내 가방 들고 앞장 서서 한울재 꼭대기에 올라선 친구의 원망 어린 말을 따라 돌아보았을 때 아직도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망부석처럼 서 계시던 그 어머니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 자리에 서 계시던 어머니를 가슴 속에 안고 사는 아들이 서울의 한 골목길에서 그 어머니를 어두컴컴한 초저녁에 당신이 기거하는 큰 댁으로 보내드린다 거동이 불편하여 텅 빈 길 한가운데는 버려두고 검정 쓰레기 자루들 내놓은 길 가장자리의 벽돌담과 전주를 한 손으로 짚어가면서 이제 걸음마 배우기 .. 2010. 8. 14.
2002년 5월 15일 (수) 1. Rhythms Of Hope (Mystical Adventures) / Jean Luc Ponty 2. 시가 있는 음악세계 공부를 마치고 집에 오면 동생은 늘 혼자 잠들어 있었어요. 눈물 자국이 있는 뺨에는 파리들이 까맣게 앉아 있었어요. 빈 그릇이 밥 먹은 대로 널려 있는 부엌에서 식은 밥을 덜어 먹고 설거지를 했어요. 깨어 우는 동생에게도 식은 밥을 먹였어요. 숙제를 하다보면 동생은 공책 위로도 걸어다니고 찢기도 해서 숙제할 수 없었어요. 칭얼대는 동생을 업어도 주고 달래도 보면 언제나 해가 졌어요. 부엌에 동생을 데리고 앉아 저녁밥을 지으면 타오르는 불꽃마다 성난 선생님의 얼굴이 보였어요. 저녁을 먹은 뒤에는 고추도 가렸어요. 한 번도 내 말을 믿지 않는 선생님 일학년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 2010. 8. 14.
2002년 5월 14일 (화) 1. Dixie (Les Cinq Saisons) / Harmonium 2. 시가 있는 음악세계 어머니는 겨울밤이면 무덤 같은 밥그릇을 아랫목에 파묻어 두었습니다 내 어린 발은 따뜻한 무덤을 향해 자꾸만 뻗어나가곤 하였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배고픔보다 간절한 것이 기다림이라는 듯이 달그락달그락하는 밥그릇을 더 아랫목 깊숙이 파묻었습니다 밥그릇은 내 발이 자라나는 만큼 아랫목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내 발이 아랫목까지 닿자 나는 밥그릇이 내 차지가 될 줄 알았습니다 쫓길 데가 없어진 밥그릇은 그런데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습니다 봄이 되자 나는 밥그릇에 대한 미련이 사라졌습니다 설령 밥그릇이 있다 해도 발이 닿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나는 이미 어른이 되어 있었습니다 밥그릇의 따뜻한 온기보다 더한 여름이 .. 2010.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