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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혁의 음악세계/선곡표

2002년 5월 14일 (화)

by Mr.Doctor 2010. 8. 14.
1. Dixie (Les Cinq Saisons) / Harmonium
2. 시가 있는 음악세계
어머니는 겨울밤이면 무덤 같은
밥그릇을 아랫목에 파묻어 두었습니다
내 어린 발은
따뜻한 무덤을 향해
자꾸만 뻗어나가곤 하였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배고픔보다 간절한 것이
기다림이라는 듯이
달그락달그락하는 밥그릇을
더 아랫목 깊숙이 파묻었습니다

밥그릇은 내 발이 자라나는 만큼
아랫목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내 발이 아랫목까지 닿자
나는 밥그릇이 내 차지가 될 줄 알았습니다
쫓길 데가 없어진 밥그릇은
그런데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습니다

봄이 되자 나는 밥그릇에 대한
미련이 사라졌습니다
설령 밥그릇이 있다 해도
발이 닿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나는 이미 어른이 되어 있었습니다
밥그릇의 따뜻한 온기보다 더한
여름이 내 앞에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쉽게 시골 소년에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사나운 잠에 떠밀리다
문지방에 어른거리는 것이 있어
방문을 여니
해당화꽃그늘이었습니다
뿌리에서부터 막 밀고나온 듯,
묵은 만큼 화사해진다는
처음 꽃핀,
삼년생 해당화 붉은 꽃이었습니다

거기에 어느새 늙은 어머니가 계셨습니다
저녁바람에 달그락거리는 밥그릇처럼
해당화꽃 그늘 속에 서 계신
어머니는 허리가 굽은 노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꼭 가슴에서 무언가를 꺼내느라
열중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라졌던 밥그릇은 어느 날부터 어머니의 가슴 속에
묻혀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늙은 어머니의 손에서 떠난 그 작은 무덤들이
붉디붉은 꽃으로
환하게 피어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해당화(박형준)

3. Qui A Tue Grand'maman (Les Grandes Chansons De) / Michel Polnareff (이승문)
4. Please Send Me Someone To Love (Better Days) / Paul Butterfield & Amos Garrett
5. Don't Go To Strangers (A New Coat Of Paint) / John Slaughter Blues Band

* 실황앨범 특선 The Band - The Last Waltz (20)
6. Such A Night (with Dr. John)
7. Mannish Boy (with Muddy Waters & Paul Butterfield)

8. 미니시리즈 (I) 최소리 (두들림) / "번민" (이승용/정구승)
9. 미니시리즈 (II) 예레미 (Edge On The History) / "Intro ; Edge On The History"
10. 미니시리즈 (III) Goin' Home (Are You Passionate?) / Neil Young with Crazy Ho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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