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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혁의 음악세계/연도별 애청곡 100선

[90] 14. Mauro Pelosi - Paura

by Mr.Doctor 2010. 5. 29.
[1990] 14. Mauro Pelosi - Paura 
[1996 이탈리아 아트록 특선] 48. Mauro Pelosi - Paura 

Mauro Pelosi (Official)

Mauro Pelosi - La stagione per morire (죽음에 이르는 계절) ('72, 1st)

1. Paura [4:31]
2. Cosa Aspetti Ad Andar Via [3:21]
3. Vent'anni Di Galera [3:42]
4. Vender'o [2:14]
5. La Stagione Per Morire [3:25]
6. E Dire Che A Maggio [3:57]
7. Che Poi Non E Vero [2:27]
8. Caro Amico [4:03]
9. Suicidio [6:22]







깐따우또레 MAURO PELOSI - La Stagione Per Morire

자- 저 레코드의 겉면을 들여다 보기로 하자. 그곳엔 본전이 생각날 정도로 너무도 단순한 일러스트가 있다. 파랑색과 노랑색 사이에 떡하니 놓인 긴 머리 총각 마우로 펠로시-그러나 그 머리 사이를 지나가고 있는 그 무엇인가가 발견될때면 이전의 그 단순함은 이내 섬뜩함으로 돌변하여 우리의 시야를 자극한다. 현실과 이성사이에서 고뇌하는 그의 모습이 상징적으로 처리된 것이다. 이는 자신과 동시대에 살던, 확실한 자아를 상실한 많은 젊은이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표지의 하단부에는 '죽음에 이르는 계절' 이라는 이태리 원문이 장식되어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과연 그가 이 작품을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죽음에 이른다' 함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자뭇 철학적 명제처럼 받아들여 지기까지 하는 이것을 규명하기 전, 그의 의도를 더욱 명료하게 밝히기 위해서 그가 본 작품을 발표한 직후에 행했던 한 음악 잡지와의 인터뷰 기사중 그 일부를 발췌해 보았다.

"저는 한때 허위정치집단의 일원이었습니다, 그들은 나를 너무 속였어요 어느 순간인가 사회를 개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그 모두가 패배자이고 실천력이 없는 비현실적인 것이며 꿈에 불과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저에게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러하듯 공부하기 싫어하는 산만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학교와 시험에 진저리를 쳤지-실제로 지금도 저는 학교의 제도 교육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POP 음악을 좋아하는데, Pink Floyd, Deep Purple,그리고 포크 뮤지션인 Joan Baez, Donovan 등을 좋아합니다.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로는 음악이 주는 느낌과 다양함을 들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곳에서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의 꿈과 현재의 나는 너무도 떨어져 있음을 느낌니다. 사회적 규범 아래서 무력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새 롭고 진지한 방식으로, 진짜 존재로 나아가는 단계를 노래하려 합니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처한 한 젊은이로서의 마우로 펠로시에게 본 작품이 차지하는 의의를 느끼게 한다. 그는 음악을 통해서, 한 인간에게 부여되어졌고 주어졌던 사회에 대한 죽음, 근원적 생명에 대한 인식을 떠나버린 논리적, 정서적인 것들의 죽음, 즉 기성의 모든 과거적 현실들에 의해 그것이 단순히 참인 나인줄만 알았던 자신을 죽이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볼 때 본 작품이 의미하는 죽음은 생물학적 죽음이 아닌, 영혼의 자기 발견을 의미하며, 잃어버렸 던 자유를 보상받고자 하는 개인의 소망으로 해석되어져야 옳다. 동시에 그는 이러한 자신의 소망을 본 작품안에서는 비극적 구조를 통해 역설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그것도 먼 과거에 나르키수스가 죽어갔던 연못을 교묘한 트릭으로 옮 겨놓음으로써.... 그의 정신상태를 대변하듯 불안감을 동반한 12현 기타의 아르페지오와 함께 그가 미리 준비해 놓은 죽음의 연못을 향한 첫 걸음은 시작된다. "바닥에 쓰러질까하는 두려움, 두려움, 두려움.. 당신의 허영과 망상들을 견디어 내고 현실속에 있다. 나를 죽일 정도로 당신은 항상 내게 얼마나 많은 말들과 거짓말을 할 수 있었던가... 나에게 당신은 어떤 존재인가. 마침내 모든것은 충분하니까 당신곁을 떠나겠다고 말하기 위해 용기를 낸다. "

첫 곡인 'Paura'에서 그는 이전까지의 자신의 모습과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모습 사이에 놓여져 있다. '당신'과 나란 바로 이런 곳에 위치해 있는 자아의 이원론적 갈등에 대한 상징이다. 본 작품 전체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는 곡이 다. 두번째 곡인 'Cosa Aspetti Ad Andar Via(무엇을 기대 하고 떠나려 하는가)'는 기타의 울림위로 애수에 찬 바이올린 소리가 돋보이는 곡으로 현실에 대한 그의 조소가 섞여 있다. 세번째 곡은 'Vent' anni Di Galera(20년간의 감옥생활)'이다. 여기에서 감옥이란 자신을 속박하고 있다고 믿는 모든 것들에 대한 상징으로 풀이된다, 피아노 연주위로 황량한 마우로 펠로시의 음색이 놓여지고 이내 잔니 레오네의 장대한 멜로트론이 가세한다. 구성상의 단순함에 비해 이상하리만치 필자로 하여금 애착을 갖게하는 곡이기도 하다. "당신은 매우 아름다웠고 매우 특별했다.. 정말로 이상하다. 시간과 함께 당신은 변해갔고 나를 즐겁게 해주고는 도망쳤다.. 당신은 나의 인생을 혼란스럽게 했기 때문에 벌을 주어야 할 것같다.. 나의 인생에서 빛과 바람과 색깔을 훔쳐 갔기 때문에... 그러나 지금 당신은 행복한지 부자인지, 그래서 만족하고 있는지를 알고싶다.." 이상을 통한 의지가 들어나 있는 소곡 'Vender'o(팔것이다)'가 지나고 나면 본 앨범의 타이틀 곡이자 'Suicidio'와 함께 우리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곡으로 'La Stagione Per Morire(죽음에 이르는 계절)'이 흘러 나온다. "소멸에 이르 는 계절은 봄이다. 당신은 1년동안 이 아름다운 순간을 기 다려 왔다. 네 송이의 꽃을 위해 가치있는 것만을 믿는다. 매일 일어나서 거울속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본다. 거울 속에 비춰지는 그 모습 속에서 당신은 혼자임을 발견한다. 속이 텅 비어있는 꽃들을 다정하게 바라본다.." 도취적인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자기와의 대화를 이루고 있고 타이틀 곡답게 가사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다시한번 잔니 레오네의 매력적인 멜로트론 음향이 울려퍼지고 나면 A면은 끝을 맺는다.

B면의 첫 곡은 'E Dire Che A Maggio (5월의 상상)'이다. 본 작품을 통틀어서 가장 희망이 충만한 분위기를 자아 내는 곡인데, 소박한 봄날의 아지랭이를 보는듯한 훌륫음을 시작으로 많은 현악기가 등장한다, 그러나 밝은 조곡에 비해 가사는 현실체념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채롭다. 두번째 곡 'Che Poi Non E Vero (거짓인가 진실인가)' 에서 그의 정신은 극도로 분열되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시종일관 횡설수설하며 끝을 맺은 이 곡은 비극의 결말을 짐작케 한다. "나는 길에서 지나다니는 평범한 사람들을 본 다. 그 사람들은 매일 나를 억압했고 무력하게 만든다.. 최소한 지금은 주머니안에 어떤것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언제나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여인이 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를 소유하는 것이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나는 그를 소유하고 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세번째 곡 Care Amico (친애하는 친구여)는 이전과는 달리 하프시코드로부터 진행된다, 그리고 가늘게 신음하듯 현악기가 울려퍼지고... 그는 이미 자신의 운명을 짐작한듯 과거에 중요시했고 사랑했던 존재들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그것들에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사위 어져 버린 현실에 대한 인식은 그것들에게 작별을 고하게 한다.

본 작품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은 'Suicidio(자살)'이다. 구태의연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국내의 프로그레시브 록 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곡이기도 하다. 어딘지 모르게 기분 나쁜 분위기의 기타음으로 시작해서 종국에 이르기까 지 아방가르드하고 몽환적인 음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 이것은 Il Balletto Di Bronze의 YS에서 느낄 수 있었던 분위기와 매우 흡사한 것으로 잔니 레오네가 본작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실감할 수 있게 한다. "내 앞에서 춤추고 있는 많은 이상한 것들을 본다. 나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루가 지나자 많은 것들이 바뀌어 버렸다. 정말 그것들이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믿고있다. 어떠한 자극도 아니며 사랑이 아니며 술도 아니며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여러 색깔을 띠우고 있는 강렬한 빛들... 내 마음속에서 얼어붙는 소리들... 읽기를 포기해버린 추리물... 내 마음속에서 시들 어버린 꽃들...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길게 놓인 길... 출구도 없고 문도 없는 나의 방... 나는 떠나버렸다. 나의 머리가 터질것만 같다." 그의 독백은 끝을 맺었다. 그러나 이 순간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 앞에는 물음이 던져져 있다. 그의 자살이 의미 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이 비극을 간접체험한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 존재한다. 각자의 내적인 감흥에 의해서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진 이미지로 변화해서 말이다, 이것은 밖으로부터 주어진 것을 자기 자신안에서 받아들인 결과이다. 이러한 자세가 배제되어서는 올바른 비극의 감상은 이루어질 수 없을 뿐더러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카타르시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또다른 비극이다. 글 : 조남걸 (ARC) http://www.siw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