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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혁의 음악세계/연도별 애청곡 100선

[90] 9. Triade - Espressione

by Mr.Doctor 2010. 5. 29.
[1990] 9. Triade - Espressione 
[1996 이탈리아 아트록 특선] 25. Triade - Espressione 

Triade - 1998: La storia di Sabazio ('73, 1st) 

1. Sabazio
(a) Nascits (탄생) [3:00]
(b) Il Viaggio (여행) [2:39]
(c) Il Sogno (꿈) [3:19]
(d) Vita Nuova (새로운 생명) [3:88]
2. Il Circo [2:50]
3. Espressione [5:06]
4. Caro Fratello [5:06]
5. 1998 [6:19]

Vincenzo Coccimiglio - keyboards
Agostino "Timo" Nobile - bass, acoustic guitar, vocals
Giorgio Sorano - drums

with
Franco Falsini - Guitarra
Paolo Tofani - Guitarra 

TRIADE - 1998: La Storia Di Sabazio

우리나라 프로그레시브 매니어들 사이에 한동안 구하기 힘들었던 앨범인 Triade의 유일작인 본 작품은 10여년 전 이웃 일본에서 재발매를 한 뒤 다시 지난 93년 6월 CD로만 재발매 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 앨범은 일본에서 뿐만이 아니라 이태리 본국, 오히려 국내에서 더욱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음반이기에 국내발매가 기쁘기 그지없다. Art Rock magazine의 창간호 표지를 장식해 AR지의 로고로 이미지화 된 이들의 앨범은 커버가 주는 신비함과 아울러 베일에 가려진 이들 정체의 궁금증으로 인해 앨범의 효용가치를 재고시키고 있다.

10여년 전 이 앨범이 일본에서 처음으로 라이센스화 되었을 때 그 음반에 삽입된 해설지에는 이들에 관한 내용은 거의 없었고 단지 이 앨범이 발매되었을 당시의 이태리 프로그레시브 록계의 움직임만을 소개하고 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에서도 이들에 관한 소개는 좀처럼 진전된 면이 없다. 하지만 필자 나름대로 얻을 수 있었던 약간의 자료를 토대로 이들 신상에 관한 수수께끼를 풀어보고자 한다.

이태리 프로그레시브 그룹에 관한 소개자료로써 그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Il Ritorno Del Pop Italiano(by Paul Bareight)'에 소개된 Traide에 관한 이야기는 이들은 스튜디오 뮤지션으로 구성된 것 같으며 1973년 Derby 레이블에서 유일작인 본 작품을 공개했으며 건반악기를 매우 잘 구사했던 미스테리 그룹 중의 하나라고 기술되어 있다. 그것이 고작이어서 여러 이태리 친구들에게도 물어보았지만 그들 역시 이들이 소개된 매체를 전혀 접해보지 못했다는 얘기 뿐이었다. 그러나 어렵사리 구한 정보는 일본에 있는 High Times라는 레코드 가게의 주인으로부터였다. 그 역시 이태리 현지인들의 도움을 얻어 쓴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짧막하게 적힌 것을 살펴보면, 토스카나의 피렌체 출신으로 리더격인 Agostino Nobile는 60년대 베이스 주자로 Noi Tre라는 그룹의 멤버로서 활동했다. 이 팀에는 후에 Area의 멤버였던 Paolo Tofani와 Sensations' Fix의 보컬리스트겸 키보드 주자로 활약하는 Franco Falsini의 3인으로 구성된 그룹이었다. 이들 역시 당시 유행하던 Cream, Jimi Hendrix 등 트리오 형태로 로큰롤을 연주했다. 당시 만든 앨범이 발매되지 않은채 있다가 89년 Hablabel에서 발매되기도 했다. 그룹 해산후 Agostino Nobile는 ELP의 음악을 듣고 자극받아 그런 형태의 그룹을 만들기로 하고 주위 친구들을 모아 Tride를 결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73년에 공개된 앨범과 싱글에는 멤버들의 이름조차 나와있지 않으며 단지 A.Nobile와 Coccimiglio라는 사람의 이름이 곡 밑에 적혀 있을 뿐이다. 그리고 A. Nobile가 몸 담았던 Noi Tre의 앨범에 적힌 즉, A. Nobile가 콘트라베이스의 정규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밝혀줌으로써 아마도 Coccimiglio가 키보드를 담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

삼인조, 그리고 음악에 있어서는 삼화음이라는 뜻을 지닌 Triade의 사운드는 다분히 ELP와 비교된다고 볼 수 있다. 첫 곡인 4부작 구성의 'Sabazio'의 첫 파트인 'Nascits(탄생)'는 어두운 톤으로 낮게 깔리는 키보드 연주에 이어 앞서 얘기한대로 콘트라베이스 정규교육을 받은 A. Nobile의 베이스 연주에 이어 ELP와 똑같은 코드 진행이 45초정도 이어지다 앨범 안쪽 자켓에서도 볼 수 있는 공의 울림이 일시에 정적을 무너뜨린다. 이제 막 혼돈의 순간으로부터 탄생된 순간의 깨침을 알리고 있는 듯하다.

이어지는 파트는 'Il Viaggio(여행)'로서 험난한 인생의 항로를 표현한 부분으로, 독창성이 매우 강한 키보드 워크에 이어 정박자 진행, 다시 엇박자에 끼어든 하프시코드, 그리고 긴장감을 유지시켜 주는 리듬이 듣는 이의 귀를 쫑긋 세우게 한다. 맑은 키보드 사운드, 모나지 않는 드럼과 맞물려 을씨년스럽게까지 들리는 콘트라베이스 연주가 듣는 이의 아주 섬세하고 약한 감정을 자극하는 셋째 파트의 'Il Sogno(꿈)'의 후반부는 다시 한 번 우리들 귀에 익숙한 ELP 사운드를 재현해주고 있다. 오로지 피아노 연주로만 채워진 마지막 파트의 'Vita Nuova(새로운 생명)'은 도입부의 아방가르드 음악을 연상시키는 무작위적 진행에 이어 연결되는 연주는 뉴에이지적 분위기도 연출해 주고 있다.

건반악기의 다채로운 사운드를 접할 수 있는 'Il Circo'는 건반 연주자가 장비의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건반 사운드의 맛을 보여주는 곡이다. B면 첫곡을 장식하는 'Espressione'는 이 앨범의 백미로 이런 곡을 찾으려고 그 수많은 레코드들을 모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해 주고 있는 곡이다. 언제 어디서 들어도 좋으며 좀처럼 싫증나지 않는 곡으로, 드럼 비트 없이 키보드와 아르페지오 선율의 기타, 그리고 보컬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곡이다.

다이나믹한 인트로의 전개로 시작되는 'Caro Fratello(친애하는 형제)'는 전반부의 담백한 보컬에 이어 후반부에 등장하는 오르간 연주가 돋보인다. 25년 뒤의 이야기를 담고있는 '1998'은 지금으로부터 5년밖에 남지않은 1998년에 대한 막연한 상상을 하게끔 하는 곡으로 98년에 들어도 훌륭한 - 전혀 시대감각에 뒤쳐지지 않는 - 곡을 어떻게 73년에 만들 수 있었을까하는 조그만 의문이 가슴속에 남는 곡이다. 자로 잰듯한 치밀한 구성과 멤버들의 뛰어난 연주력, 멜로트론을 포함한 화려한 건반 사운드, 그리고 저며오는 감흥이 곡이 의미하는 숫자만큼이나 진하다.

이들이 이 작품에서 의미하는 Sabazio라는 존재는 Zarathustra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절대권력의 초월자로서의 Zarathustra가 있었다면 선의지, 즉 칸트가 이야기한대로 인간행동에 있어서 목표가 되며 그 자체로서 정당한 그것의 구현 존재가 바로 Sabazio라는 것이다. 굳이 어려운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이 음반에는 음악을 통해서 이들이 일깨워 주는 것, 다시 말해서 인간이 개체로서의 살아갈 동기부여를 담고있는 철학적 내용이 담겨있다. 글/이춘식 (http://www.siwan.co.kr)